

유메노 히미코의 휴대전화가 조용해진 지 4일째에 접어들었다. 엄밀히 말해서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연락이 끊긴 것은 챠바시라 텐코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그 차이만으로도 유메노의 휴대전화는 쥐 죽은 듯 고요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무리도 아닌 일이었다. 키보가미네 학원을 졸업한 뒤 챠바시라는 유메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몇 번이고 틈틈이 전화와 문자를 보내왔다. 하루는 커녕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쏟아지던 알람이 며칠째 끊겼으니 변화가 크게 느껴지는 일이 당연했다.
유메노는 손안에 쥔 휴대전화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액정 화면에 무언가 마법처럼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졸업 이후 챠바시라가 네오 아이키도를 국기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지에서 바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소식이 끊긴 것은 유례없이 처음이었다. 이쯤 되니 신경 쓰이다 못해 괜한 걱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설마 어디 아픈가 싶다가도 다른 사람도 아닌 텐코는 아닐 거라는 되뇜이 세 번, 그 네오 아이키도 건 때문에 바쁠 거라는 생각이 다섯 번. 오랜 고민 끝에 유메노는 한숨을 내쉬며 챠바시라의 번호를 눌렀다. 한 자리씩 숫자를 누르는 시간이, 통화 대기 신호음이 이상하리만치 길게 느껴졌다. 역시 끊을까, 망설이던 찰나 전화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여보세요.」
"우음…. 그, 텐코의 전화가 맞느냐?"
여지껏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그 음조가 평소의 그 기운 넘치는 챠바시라와는 동떨어져 있어, 유메노는 무심코 되물었다.
「그렇…. 유메노 씨? 유메노 씨였군요!」
"목소리가 달라진 것 같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
「앗, 그렇게 들리셨나요? 아무래도 최근 네오 아이키도를 알리는 데 할 일이 늘어나서, 몸이 좀 피곤해진 것 같네요. 스스로 수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구나.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유메노 씨는 괜찮으신가요?」
"응아?"
「유메노 씨가 텐코에게 먼저 전화해주신 건 드물지 않나 싶어서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
챠바시라의 목소리가 곧바로 활기를 되찾아 안심하던 때, 역으로 질문을 받은 유메노가 두 눈을 얼떨떨하게 끔뻑였다. 그러고 보니 왜 그랬더라, 기다리면 일정이 한가해질 때 다시 먼저 연락을 받았을 텐데. 유메노가 대답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자, 침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챠바시라는 당황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설마, 유메노 씨에게 위험이라도 들이닥친 건가요?! 파렴치한 남정네들이 꼬인 건가요?! 지금 텐코가 유메노 씨가 있는 곳으…」
"나, 나는 별일 없느니라.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달려올 기세에 유메노는 황급히 챠바시라를 진정시켰다. 유메노가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부터 반경 53M 이내에 어떤 남자도 얼씬거리지 않는다는 것까지 전부 확답을 해준 뒤에야 챠바시라는 그나마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가요…. 유메노 씨가 무사하다면 다행입니다! …앗, 일부러 전화해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이만 끊어야 할 것 같아요.」
"응아…. 한창 바쁠 때 전화한 모양이구나."
「텐코는 유메노 씨의 연락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리고 유메노 씨의 목소리를 들은 덕분에 기운도 나는걸요!」
그럼 나중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여느 때처럼 밝은 대답을 뒤로 전화를 끊고도 유메노는 어딘가 멍한 기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건강하게 지내는 걸 확인해 다행이라던가, 기왕이니 그 의욕을 본받아 내일 공연도 완벽하게 끝내야겠다던가. 그런 쪽으로 생각을 돌려도 환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를 떠올리자 괜히 뺨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 유메노는 애꿎은 전화를 구석에 밀어두며 얼굴에 손부채질을 반복했다.
